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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백년을 살아보니 - 김형석 중에서...


더 높은 차원의 사랑

한 여성이 미스코리아로 당선되었다. 여자의 부모는 A의사의 인품과 장래를 보아 딸에게 결혼할 것을 권했다. 여자도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여 결혼을 했다. 그 A내과의사는 고등학교 때 내 제자였다. 성실하고 의사다운 의사가 되겠다는 희망을 안고 있었다. 흠이 있다면 아주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집안으로는 자랑거리가 없었다. 그 여자는 결혼 후부터 초라한 시부모의 모습이 불만이었다. 국립대학의 교수 봉급은 얼마 되지 못하던 때였다. 여자는, 자신의 친구들은 더 좋은 조건에 결혼하는데 자신만이 초라한 신세가 되었다고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 불만이 쌓여 남편에 대한 존경심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A교수도 고민에 빠졌다. 차라리 미스코리아가 아닌 평범하고 성실한 여자와 결혼했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다는 후회심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A교수는 또 교수로서의 꿈이 있었다. 사회에 도움을 주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
둘 사이는 점점 멀어졌다. 부부동반으로 모임과 파티에 참석하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여자로서의 불만도 커지기 시작했다. 미스코리아까지 된 자신의 신세는 신기루와 같이 사라진 것으로 느껴졌다.
아내 때문에 인생을 포기할 수도 없고 아내의 불만스러운 마음을 채워줄 수도 없다고 생각한 A의사는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장기간 아프리카에 의료봉사를 떠나기로 했다. 가 있는 동안에 아내의 선택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혼까지를 전제로 삼은 것이었다.
아프리카에서 첫 임기가 끝나갈 무렵에 아내는 아프리카로 남편을 만나러 갔다. 남편은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반기면서도 아내의 선택을 더 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내가 임기가 끝나면 서울로 가냐고 물었다. 교수는 연구 프로젝트가 끝나지 못했기 때문에 좀 더 있고 싶다고 말했다. 아내는 말없이 한 달 더 아프리카에 머물렀다. 그 한 달 동안에 자신과 남편의 장래를 다시 구상해보았다. 남편이 이전보다 더욱 존경스러워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서울의 주변 많은 남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상한 꿈이 있음을 보고 느꼈다. 자신은 어떤가. 미스코리아로 당선되었다는 미모 외에는 갖춘 것이 없었다. 60세쯤 되었을 때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초라한 아주머니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남을 것 같았다.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다면 돈을 갖고 호화스럽게 살았을 것이다. 그 뒤에는? 출세한 남편과 결혼했더라도 남편이 그 지위에서 떠났을 때에는 속 빈 사모님으로 남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내 남편은 나보다 몇 배나 인간다운 보배스러움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돈이나 유명함으로 따질 수 없는 존경심이 움트기 시작했다.
아프리카에 조금 더 머물면서 발견한 남편의 인간다움과, 자기에 대한 욕심과 이용심이 없는 사랑에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남편을 만나보고 서울로 돌아올 생각이었으나 함께 더 머물면서 자기의 꿈은 꿈이 아니고 허상이었음을 깨달았다.
두 사람은 더 높은 뜻을 찾아 새로운 가정을 꾸려나가기로 했다. 어느 사이엔가 아내의 얼굴에서는 화장기가 사라졌고, 화려한 옷이 사치스럽게 보여 입지 않고 남편의 일을 도왔다. 한국서 남편과 같이 와 봉사하는 간호사들이 자기보다 몇 배나 고상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이 부러워졌다.
두 번재 임기가 끝나면서 A교소는 미국 프로비던스에 있는 대학병원의 초청을 받아 그곳에서 존경받는 의사가 되었다.
모든 남녀는 인생의 끝이 찾아오기 전에 후회 없는 삶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사랑이 있는 고생이다. 사랑이 없는 고생은 고통의 짐이지만, 사랑이 있는 고생은 행복을 안겨주는 것이 인생이다.





백년을 살아보니 - 김형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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