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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 탈출기

우리딸, 강해져야합니다. 힘내 강아지를 키우세요

강해져야 합니다.

 아주 어린 시절 부터 나는 연약했다. 조금만 힘들거나 상처를 받아도 울곤 했다. 친구들도 가족들도 사람들도 내게 '울보'라고 했다.

 아주 소심하고 여린 마음을 가진 나는 자주 울었다. 사소한 일에도 상처를 받았고 하루에도 여러 번 우는 걸로 마음을 달랬다. 한 시간 이상씩 울 때도 종종 있었던 것 같다. 뭐가 그렇게 서럽고 슬펐을까? 생각해 보면 나는 그냥 나약했다. 남자도 아니었다. 특히 남자애들 하고 놀 때면 친구들의 장난에 많이도 울었다. 그래서 나는 여자애들하고 노는 걸 좋아했는데 여자애들하고 놀 기회는 거의 없었다. 왜냐하면 남자애들의 짓궂은 장난으로 여자애들은 남자애들을 멀리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사를 자주 해서 친구가 거의 없었고 남중,남고를 거쳐 공대를 다녔다. 군대를 다녀와 회사에서도 여직원은 10명 중 하나 정도였다. 그러니 항상 남자들의 세계에서 살아 남아야 했다.

 어머니도 매우 여리셨고 돌아가신 아버지도 누님도 매우 여린 사람들이었다. 우리 식구는 모두 여렸다. 그 말은 모두 나약했다는 뜻과도 같다.

 난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강한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서 욕을 많이 하거나 말을 세게 하면서 강한 척도 해보았다. 하지만 그런 걸로는 진정한 강한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진정한 내면의 강함이 필요했다.

 얼마 전엔 7살이 된 딸 아이가 발레를 가기 싫다며 울었다. 벌써 2년 반이나 다닌 발레였는데 왜 가기 싫으냐고 물었다. 그 동안은 발레 동작이 그리 어렵지도 않았고 즐겁게 하면 되었는데 최근 들어선 3달 뒤에 있을 발표회를 앞두고 선생님께서 아이들을 약간 무섭게 가르치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그 동안 웃으면서 가르치셨는데 상황이 변화 되니 아이가 겁을 먹었던 거다. 난 고민이 되었다. 그냥 그만 두라고 해야 하나? 아이가 어리긴 하지만 앞으로 살면서 이렇게 어려운 일들이 닥칠 때 마다 피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아이에게 다시 한 번 힘내보라고 응원해 주고 더 다니자고 말해 주었다. 아이는 그렇겠노라고 했다. 하지만 딸 아이는 이틀 뒤 발레에 가서 선생님 앞에서 울음을 터트렸다. 그 뒤로도 또 한번 울자 선생님께서는 계속 이렇게 울면 곤란 하시다고 했다. 딸 아이는 점차 다른 일에도 종종 울음을 터트렸다. 딸 아이를 보며 나약했던 내 어린 시절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게 나약하게 살면 커가면서 나처럼 힘든 삶을 이어갈 것이란 생각에 아이를 다그쳤다. 화도 내며 아이에게 이겨내라고 말했다. 아이는 나아 지기는커녕 더 겁을 먹었다. 난 절망했다. 그러곤 잠든 아이에게 다가가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속삭여 줬다. 아이의 나약함이 나 때문이란 생각이 들어 괴로웠다.

 

 한 제자가 붓다 에게 물었습니다.  "제 안에는 마치 두 마리의 개가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마리는 매사에 긍정적이고 사랑스러우며 온화한 놈이고, 다른 한 마리는 아주 사납고 성질이 나쁘며 매사에 부정적인 놈입니다. 이 두 마리가 항상 제 안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어떤 녀석이 이기게 될까요?" 붓다는 생각에 잠긴 듯 잠시 침묵을 지켰습니다. 그러고는 아주 짧은 한 마디를 건넸습니다. "네가 먹이를 주는 놈이다.'

 

 이 글을 '에너지 버스'라는 책을 통해 처음 접했을 때 깜짝 놀랐다. 아주 간단하면서도 큰 깨달음을 주는 이야기였다.

 나는 다시 용기를 내어 아이에게 말해 주었다. "아빠는 어렸을 때 정말 많이 울었어" 아이는 조금 놀라는 듯 했다. 설마 자기 보다 많이 울었겠냐고 반문했다. “아빠도 어렸을 때부터 아주 오랜 시간 많이 울고 마음이 약했었어. 하지만 지금은 많이 강해졌지아이는 물었다. “어떻게 강해졌어?” 나는 대답했다. “,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했어그리고 나는 아이에게 붓다와 제자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아이가 이해하기 쉽게 개를 강아지로 바꿨다. 안 좋은 생각을 하는 강아지와 좋은 생각을 하는 강아지가 있는데 자주 안 좋은 생각을 하거나 슬퍼하면 나쁜 강아지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니 좋은 생각을 해서 아이의 마음속에 힘을 주는 강아지를 키우라고 말해 주었다. 아이가 너무 어려워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이가 이 이야기를 좋아하며 그렇게 하겠노라고 했다. 나쁜 강아지에게 먹이를 너무 안 주면 불쌍하다고 했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이 '그런데 내 안에 좋은 토끼는 없어?'였다. 나는 아이의 순수함에 웃음이 터지며 토끼로 바꿔서 먹이를 줘도 된다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몇 일간 아이에게 이 이야기를 상기 시켜 주며 좋은 강아지에게 먹이를 주라고 말해 주었다. 아이는 웃으면 그렇겠노라고 했다.

 

 이틀 뒤 발레를 가는 날이 되었다. 나는 불안해서 급히 퇴근을 하고 아이와 같이 발레를 갔다. 그런데 가는 길에 또 다시 울기 시작 하는 게 아닌가? 난 속으로 망했다고 생각했다. 아이에게 이런 저런 좋은 얘기들을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난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말했다. “그럼 실컷 울어 그리고 들어갈 때 당당히 들어가 보자.” 말은 그렇게 했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도착하기 전까지 마구 울던 아이가 입구에 들어서자 울음을 그쳤다. 그리곤 선생님이 자신의 얼굴을 보고 왜 그러냐고 질문하지 않겠냐고 내게 물었다. 선생님이 자신에게 말을 걸면 울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급히 세수를 시켜주고 찬 물을 마시게 했다. 아이는 눈을 부릅뜨며 울지 않고 발레교실에 들어 갔다. 나는 한 시간 후에 나오는 아이를 꼭 안아주며 잘 했다고 칭찬해 주었다. 아이도 긴장이 풀렸는지 흥분하며 내게 말했다. “계속 해서 착한 강아지한테 먹이를 줬어!” "힘내 강아지 때문에 나 안 울었어"라고 했다. 난 딸이 자랑스러웠다. 그리곤 "그 강아지가 커진 만큼 수아가 강해진 거야"라고 말해 주었다.

 

 우리는 서로 흥분이 멈추지 않았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강아지들에게 제대로 이름을 붙여주자고 했다. 아이가 즉석에서 이름을 지었다. 아이에게 힘을 주는 강아지에게는 '힘내 강아지', 아이를 힘들게 하고 울게 만드는 강아지를 '나빠 강아지'라고 이름 지어 주었다. 아이는 기뻐하며 '앞으로 힘내 강아지한테 계속 먹이를 줄 거야"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빠의 힘내 강아지 보다 내 힘내 강아지가 더 커지면 어떻게 하지?"라고 했다. 나는 "그럼 더 좋지!"라며 딸 아이를 응원해 줬다. 내 마음에 기쁨이 넘쳐났다.

 

 아이는 그 다음 발레에서 똑같이 들어가기 전까지만 울었다. 그 다음 발레에서는 들어가기 전에도 들어가서도 울지 않았다. 아이가 점점 강해져 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딸 아이는 그 뒤로도 힘든 일이 있었고 우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한 번 그런 경험을 한 뒤였기 때문에 다시금 긍정적이고 밝은 강아지에게 먹이를 열심히 주었고 스스로 이겨 내는 영역들이 점점 늘어 갔다. 나는 가끔 딸 아이와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면 행복하다. 딸 아이도 나처럼 점점 나아져 가는 과정을 밟고 있다는 점이 내게 행복감을 준다.

 

 딸 아이에 비해 나는 너무나 오랜 세월 나약함 속에 살았다. 쉽게 흔들리고 낙심했다. 그럼에도 강해 지고 싶다는 작은 마음만은 아주 얇지만 기다란 실처럼 내 안에 살아 남아 내 마음을 지탱해 주었다. 나는 요즘 유행 하는 말처럼 버텼다. '존버!' 계속해서 버텼다. 그리고 조금씩 강해져 가는 나를 느꼈다. 나도 딸 아이처럼 내면에 '힘내 강아지'를 오랜 세월 키워온 것이었다. 이제는 왠 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고 잘 이겨내고 의연해진 내 모습이 참 좋다. 그리고 알고 있다. 오랜 세월 단단히 쌓아 올린 견고한 성처럼 나의 내면도 굳건히 나의 삶을 지탱해 주리라는 걸.

 

평소에 어떤 마음을 먹고 사는 지는 정말 중요하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도해 보고 도전해 보고 실천하다 보면 어느덧 자신은 좋은 길로 들어서 있게 된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그 동안 해온 대로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이따금씩 힘들거나 막막한 일이 닥치더라도 그 마음을 잃지 않고 다시 힘을 낸다면 내면에 키워 두었던 '힘내 강아지'가 힘을 준다. 그리고 한참을 달려오다 뒤를 돌아 보면 어느덧 아주 멀리까지 와 있는 자신을, 점점 발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그 기쁨을 누리게 된다. 한번 키워 보자. '힘내 강아지'가 힘을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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